진로 교육, 어려서부터 시작해야 하는 이유
우리나라 사람들의 교육열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높다. 하지만 교육열이 높다고 해서 교육 수준까지 높은 건 아니다. 하버드대에서 미래의 교육자를 양성하는 교육학과 교수인 나는 한국의 교육 현실에 적잖은 아쉬움을 느낀다. 특히 진로 교육에 대해서는 불만이 많다.
미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아이가 아주 어릴 때부터 다양한 진로를 염두에 두고 자녀 교육을 한다. 모든 가능성을 활짝 열어두고 아이가 다양한 세계를 경험할 수 있도록 엄마 아빠가 긍정적인 자극을 주는 것이다.
우리나라 부모들도 아이가 어떤 일을 하며 살게 될지 궁금해한다. 그래서 던지는 질문이 “너는 커서 뭐가 될래?”다. 아이의 진로를 진심으로 걱정한다면 이 질문은 거두어들이자.
어린아이는 진로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다. 그래서 “커서 뭐가 될래?”라고 물어보면 자신이 알고 있는 교사, 경찰관, 운동선수, 가수 같은 직업을 말한다. 더러는 은연중에 부모의 희망을 투사한 의사나 변호사, 교수 같은 직업을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아이들은 그게 어떤 직업인지 정확히 모르거니와 꼭 그런 직업을 갖겠다고 결정한 것도 아니다. 이때 엄마가 아이의 말에 지나치게 의미를 부여하면 아이는 자기도 모르게 그 직업에 갇혀버릴 수도 있다.
진로는 ‘무엇이 될래?’가 아니라 ‘어떤 사람이 될래?’로 접근해야 한다. 따라서 아이가 어떤 성향을 가졌는지 관찰한 다음 유치원 시기부터 자연스럽게 다양한 진로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테면 “너는 어떤 일을 할 때 가장 기분이 좋아?” 같은 말로 아이가 행복을 느끼는 순간을 생각해보게끔 유도하고, “너는 사람들을 도와주는 일을 하면 참 좋을 것 같아”라는 식으로 아이가 직업보다 어떤 사람이 될지에 관심을 갖도록 도와주는 게 바람직하다. 아이가 선택할 수 있는 직업의 범위를 넓게 잡아 그 안에서 충분히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교수’가 아니라 ‘사람들을 가르치는 일’로 진로를 탐색해나가는 게 좋다. 어린 자녀를 둔 부모가 아이의 진로에 관해 실천해야 할 일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아이를 잘 관찰해서 아이의 재능이 어느 분야에서 빛을 발하는지 파악하는 것이다. 동시에 아이에게 어떤 부분이 부족한지 살펴보는 것도 부모의 몫이다. 이 두 가지를 확실하게 발견하기 위해서는 “커서 뭐가 될래?”라는 질문 대신 어릴 때부터 아이가 다양한 경험을 해보게끔 기회를 줘야 한다.
우리나라 아이들은 세계 어느 나라 아이들보다 일찍부터 공부를 시작해서 더 좋은 학교에 들어가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학교는 지나가는 관문일 뿐이다.
정작 자신이 어떤 직업을 통해 성취감을 맛보고, 평생 어떤 일을 하면서 살 것인지에 관해서는 소홀한 것이 현실이다. 간혹 소질을 보이는 분야를 접해도 시험 성적과 관련 없는 것은 아이로부터 격리당하고 만다.
평소 아이와 다양한 역할놀이를 해보는 것도 좋다. 단순히 청진기와 가운을 입는 의사놀이가 아니라 의사는 실제로 어떤 일을 하는지, 어떤 기쁨과 어려움이 있는지 실제 상황처럼 가상체험을 해보는 것이다.
그리고 만일 의사가 된다면 어떤 의사가 되고 싶은지, 의사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아이와 이야기를 나눠보자. 진로나 적성에 대해 제대로 생각해볼 기회도 없이 공부에만 쫓기다가 고등학교 3학년이 되어서 성적에 맞춰 전공을 선택한다는 것은 참 슬프고 안타까운 일이다.
출처- http://www.smlounge.co.kr/best/article/78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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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4-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