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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들에게 악기 교육 어떻게 준비시킬 것인가
- Richard F. Grunow(Eastman School of Music 교수) 기고
악기 교육 전에 음악을 가르쳐야 하는 이유
아이들에게 악기를 가르치기 위해서는 일단 풍부한 음악적 환경 안에서 자라도록 해야 한다. 아이들이 적어도 장조나 단조에 맞게 노래 부를 수 있고 2박자나 3박자의 지속적인 템포에 맞춰 몸을 움직일 수 있어야 악기를 배울 준비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대부분의 아이들이 유아기에 음악을 제대로 충분히 경험하지 못하기 때문에 악기 공부에 대한 준비가 제대로 안 되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준비 없이 바로 악기 교육에 들어가면 아이들은 두 가지의 악기를 동시에 배워야 하는 부담스런 상황에 놓이게 된다. 즉 '머리로 이
해하는 악기(음악을 듣고 이해하는 능력)' 와 '손으로 만지는 악기(특별한 기술을 가지고 연주하는 악기)' 를 동시에 배워야 하는 것이다. 음악을 머리로, 마음으로 이해하지 않고서는 절대로 악기를 능수능란하게 연주할 수 없기 때문에 혹시 겉으로 그럴싸하게 연주하는 것 같아 보이더라도 그것은 기계적이고 습관적인 손가락 기술밖에는 되지 않는다.
학교에서 실시하는 기초 기악 수업에서는 음조, 박자에 대한 기본적인 가르침 없이 바로 기보법에 대한 교육으로 들어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리하여 음악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어린 학생들은 음악을 '귀로 듣는 예술'이 아니라 '눈으로 보는 예술'로 인식하기 쉽다. 왜냐하면 지금과 같은 기악 수업 방식으로는 악보를 읽고, 따라 연주하는 행위를 마음으로 느끼는 예술이 아니라 머리로만 파악하는 또 하나의 학과 공부로 생각하기 쉽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기악 교사들은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만 가지고 고심할 것이 아니라 '언제, 무엇을, 왜 가르치느냐'에 관해서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단지 악기를 시작할 연령이 되었기에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적어도 장조와 단조, 2박자와 3박자로 된 노래들을 음악적으로 이해하고 있는지를 확인한 후에 시작해야 올바른 악기 교육을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음조와 박자는 악기 교육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음악적인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아이들을 가르칠 때 교사의 어려움은 클 수밖에 없다. 그런데 우리는 이러한 어려움에 봉착할 때마다 그것을 음악적인 준비가 안 되어 있어서 그렇다고 생각하지 않고 아이의 음악적인 재능이 부족해서 그렇다고 쉽게 판단한다.
불행하게도 대부분의 교사들이 아이들 한 사람 한 사람의 준비 정도를 파악하지 않고 바로 기보법 교육으로 들어가며 연주회에 내보내기 위해 성급하게 앙상블 연주 연습 등을 시키곤 한다. 그리하여 학생들은 악보를 보고 연주하는 것이나 귀로 듣고 따라 연주하는 것 모두를 제대로 하지 못하게 되며, 자기가 무엇을 연주하는지도 모른 채 암기식으로 연주하게 된다. 이런 학생들의 연주를 들어보면 조성이 잘못되었거나 템포가 지속적이지 않거나 멜로디나 스타일에 특징이 없다. 이러한 방식으로 악기를 배우는 어린이들은 음악의 즐거움을 느끼기보다 로봇같이 교사나 부모가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게 되며 그 결과 악기를 배우기 시작한 지 2년이 채 못 되어 포기하게 된다. 이는 인간 잠재 능력의 무자비한 낭비이다. 바로 이러한 비극을 방지하기 위해 유아음악교육의 필요성이 대두된다. 악기 교육을 시작하기 훨씬 앞서 유아기에 기본적인 음악성을 기르는 훈련이 먼저 되어 있으면 악기를 배울 때 큰 어려움을 겪지 않을 것이다.
유아들에게 음악을 가르치는 방법 : 전체에서 부분으로 다시 전체로
아이들은 부모가 대화하는 것을 들으며 말을 배운다. 그리고 아이들이 처음 하는 말은 대화에 필요한 핵심적인 단어(부분)들이다. 아이들이 단어를 먼저 배우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 아이들이 단어의 뜻을 모른다면 부모의 대화를 얼마나 이해할 수 있겠는가. 그러다가 아이들은 이 단어들(부분)을 한데 모아 구나 문장(전체)를 만들어 간다. 대화(전체)를 들으며 그 속의 단어(부분)들을 하나하나 배우고 다시 그 단어들을 사용하여 완전한 문장(전체)을 만들어가는 과정. 아이들은 이러한 과정을 무한히 반복하며 말을 배운다.
그렇다면 어디서부터 악기 교육을 시작해야 좋을까? 먼저 '전체'에서 출발해야 한다. 아이들에게 우선 노래를 불러주거나 악기를 연주해 줌으로써 아이들이 귀를 통해 노래 부르기와 악기 연주를 할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한다. 다시 말하지만, 음악 교육은 눈으로 보고 머리로 파악하는 공부가 아니라 귀로 듣고 마음으로 느끼는 공부이다. 아이들에게 악기 교육을 실시하는 가장 중요한 목적은 아이들에게 풍부한 의미가 담긴 노래 자체를 부르고 연주하는 법을 가르치기 위함이다. 아이들에게 다양한 음색으로 표현되는 악기 연주를 자주 들려주는 것이 좋다. 또한 멜로디에 덧붙여 코드 진행의 근원인 베이스 화음을 배우는 것이 좋다. 멜로디와 베이스 화음을 동시에 배우면 학생들은 더 빨리 음악을 이해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가사가 있는 음악을 가르칠 것인가, 가사가 없는 음악을 가르칠 것인가. 만약 아이의 언어 발달이 음악성의 발달보다 더 빠르다면, 아이들은 음조, 리듬 등 노래의 표현적인 면보다는 가사에 더 많은 흥미를 느낄 것이다. 악기 교사들은 이럴 경우 어떻게 하면 가사 없이 음악을 연주할 수 있을지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예를 들어 학생들이 악기를 연주할 때 '두두두'나 '투투투' 또는 '랄랄랄'같은 무의미한 소리를 가사 대신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다. 물론 교사들은 그런 다음 가사를 넣은 노래도 가르쳐야 한다. 가사가 곡의 형식이나 아티큘레이션, 악구, 셈여림 등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이렇게 전체적으로 음악을 배운 후에 학생들은 부분들에 대해 더 자세히 배워야 한다. 음악에서 조성 패턴(장조, 단조)이나 리듬 패턴(2박자, 3박자)은 말에 있어 단어와 같다. 단어를 이해해야만 대화를 이해하는 것처럼 조성과 리듬 패턴을 이해해야 음악을 확실히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출처:뮤직가튼 http://www.sangjiwo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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