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주 어린 시절, 음악에 조예가 깊으신 아버지께서 클래식 음반 한 장을
몹시 귀한 물건인양 소중하게 간직하시는 모습을 본 적이 있었습니다.
몇 번 반복되는 그 호기심은 그 둥그런 판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에 대한 호기심으로
바뀌게 되었고 또한 그 호기심은 한동안 마음속 어딘가에 깊이 담겨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님께서 그 음악을 들으시는 자리에 있게 되어 아버지와 함께
그 음반을 들었습니다. 모차르트의 클라리넷 협주곡이었는데 그때 나이로는
도무지 이해할 수도 없었고 또한 몹시 지루한 음악이어서
오랜 시간 동안 간직해온 호기심이 커다란 실망으로 바뀌고 말았습니다.
곧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동네 친구들과 하루종일 뛰어 놀았습니다.
호기심이 가져다 준 실망 때문인지 그 날은 더 개구쟁이처럼 온 동네를 뛰어 다니며 놀았고
땀에 흠뻑 젖은 모습으로 집에 들어와 이내 잠에 빠져들었습니다.
그리고 10년이 훨씬 지나서 어느 멋진 영화의 배경음악으로 나오던
모차르트의 클라리넷 협주곡을 다시 듣게 되었습니다.
영화의 장면도 아름다웠지만 오랜 세월 동안 마음 속 어딘가에 숨겨져 있던
그 음악에 대한 기억이 새록새록 살아나기 시작한 것이 더 놀라웠습니다. 그 감동은
잠시 잊었던 좋은 기억부터 지금의 일까지 많은 일들이 영화의 한 장면처럼 아스라이 떠오릅니다.
이미 어른이 되어 사회적 경쟁의 집요함 틈에서도 가끔 넉넉한 웃음을 가질 수 있는
그 여유와 감성은 바로 그때 생긴 아득한 기억 때문일 것입니다.
오늘 음악회에서 그때 내 나이 또래의 어린 학생들을 많이 보게 될 겁니다.
그리고 내가 그랬던 것처럼 이 어린이들도 신간이 지나면 지금의 모습이
짙은 기억으로 남아 감성의 풍요로움으로 오랫동안 간직하고 있게 될 것입니다.
2001년 3월 꾸러기음악회에서
김은태(작가, 꾸러기예술단 지도위원)
|
꾸러기광장 > 꾸러기칼럼 페이지
14-02-14
